아트 오브제 오석의 미학

기능을 넘어선 비움의 아름다움을 표현

대한민국 충청도 보령지역 계곡이나 강가에서 발견한 자연 상태의 오석을 작품의 소재로 선택하였다. 유럽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흰 대리석이나, 한·중·일 동아시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화강암이 아니라, 검은색 돌 오석을 사용하였다. 모든 빛의 합이 흰색이라면, 모든 색의 수렴은 검은색이다. 그러니까, 검정은 색의 부재가 아니다. 무지나 단순함도 아니다. 오석의 검정은 에너지의 응축이며 침묵의 세계이다. 오석 작품의 불규칙한 조형미와 입체감은 정중동, 사중생의 세계이며,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온다. 오석의 검정은 직선이며 동시에 곡선이다. 검정은 우리 인생의 모든 경험, 세상의 모든 소리와 모든 맛이 녹아있다. 검정은 부조리한 경험의 세계가 정화되고 그것을 초월하여 순수를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다. 나는 오석에서 무궁무진한 검은색의 매력과 역설적 미학을 발견하고, 신라의 기술과 백제의 정신을 합쳐 이를 공감적으로 잘 표현하고 싶었다.

기둥이나 판 모양의 오석을 원래의 모습을 살려 수직적 원기둥이나 수평적 판 형태로 다듬었다. 오석 상부에 한 개의 큰 홈이나 두 세 개의 사각형이나 원형 혹은 불규칙한 타원형의 작고 얕은 홈을 팠다. 이것은 과거에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매료된 전통 벼루를 모던하게 재해석해 본 새로운 시도다. 반드시 서예를 하기 위한 용도로서의 벼루가 아니라, 어떤 불특정 공간에 품격과 우아함, 의미를 더할 예술적 오브제로서의 포스트모던적 새로운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 오석 작품들을 조합하거나 개별적으로 디스플레이할 때, 동양의 전통적인 수묵산수화나 일본의 사찰정원의 한 형태인 석정, 불교의 선과 일맥상통하게 될 것이다. 작품들을 보면서 이도다완이 생각날 수도 있고, 미샤마이스키의 진중하고 한없이 절제된, 약간 어둡지만 따뜻한 위로를 주는 첼로연주 소리가 들리면 좋겠다. 또 어떤 사람은 로마 카톨릭의 그레고리안 챈트나, 이언 보스트리치가 부르는 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를 행복하게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새로운 도전과 시도들을 통해, 오래 전부터, 과거와 현재의 만남, 빈티지와 모던의 섞임, 의미와 무의미의 공존, 비움과 비어있음의 무한순환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의 작품 세계는텅 빈 충만함, 혹은 충만한 비어있음의 옥시모론적 미학이라 정의할 수 있다. 요컨대, “Less is more.”, “Simple is the best.”

  • 2019

    암중모색

  • 2019

    오래된 연못

  • 2019

    시냇가에서2

  • 2019

    향정 1,2,3,4

  • 2019

    봄날 1, 2, 3, 4

  • 2019

    침묵의 소리: 다감_운운운_속삭임_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