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과 비기능, 완성과 비완성 기반 미학

전통 벼루소재 오석의 미학적 가능성 탐구

한국 충남 보령에서 2대째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벼루장인 석전 노재경 선생과, 대학에서 제품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는 아티스트 홍철순 교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코라보레이션 듀오전이다. 노재경 장인의 작품이 중국, 일본, 한국의 서예가들이 즐겨 찾는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벼루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면, 홍철순 아티스트의 작품은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이기도한 포스트모던의 세계이다. 노재경 장인의 작품은 벼루의 전통적기능적 측면을 중시한다면, 홍철순 아티스트의 작품은 단순히 기능을 넘어 어떤 특정 공간에 둠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진미와 지의를 느끼게 하는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험을 강조한다. 노재경 장인은 그래서 동양의 지식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상징물들로 벼루의 표면이나 가장자리, 또 뚜껑을 극도로 정교하게 조각하는 반면, 홍철순 아티스트는 작가가 모든 것을 다 설명하고 채우려 애쓰는 대신, 오히려 비움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관조하게 만들어 생각을 채우도록 자연스레 이끈다. 요컨대, 노재경 장인의 작품이오트쿠뛰르를 입은 멋쟁이 모델이라면, 홍철순 아티스트의 작품은휴일날 편안하게 캐주얼웨어를 차려 입고 공원을 산책하는 시민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후자는, 얼핏 보면, 아직 다 완성되지 않았고 다소 세련미가 부족한 것 같지만 그 상태 그대로 완성과 세련됨을 나타내는 여백의 미, 비움의 미학에 대한 메타포다. 관객들은 동일한 주제를 두고 해석과 표현에 있어 서로 닮은 듯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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